책 소개

어떤 소설을 읽다 보면 문득 ‘이건 마치 내 이야기 같은데?’ 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소설 속 인물들이 내 고민과 닮아 있고, 내가 미처 표현하지 못한 감정을 대신해주기 때문이다. 때로는 무기력하고, 때로는 방황하며, 때로는 삶의 방향을 찾지 못해 주저앉고 싶을 때, 문학은 내 마음이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 길을 내어 준다.

이처럼 소설은 단순한 위로를 넘어, 우리 내면을 비추는 거울과 같다. 주인공들이 겪는 갈등과 고민은 우리가 마주하는 현실과 맞닿아 있으며, 우리는 소설을 읽으며 자신의 감정을 발견하고, 질문하며, 답을 찾아간다. 문학이 가진 이러한 치유의 힘을 심리 상담과 접목한 것이 바로 문학치료(Literary Therapy)다.

문학치료는 단순히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문학을 통해 내면의 갈등을 탐색하고, 과거의 상처를 직면하며, 현재를 재구성하는 과정이다. 이 책의 저자는 문학을 공부한 독서치료사로서 소설 속 문장과 인물의 내면 심리를 통해 독자들의 고민을 경청하고 카운슬링하며 소설이 주는 위로와 치유를 전한다.

목차

서문 | 당신 곁에 소설이 있는 한, 무너지지 않습니다

첫 번째 세션 자신이 쓸모없다고 느껴질 때
: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 자기충만감에 대하여

두 번째 세션 주변 사람들과 점점 멀어질 때
: 로맹 가리의 『자기 앞의 생』, 의미 있는 타인에 대하여

세 번째 세션 정신없이 바쁘게 살 때·53
: 미하엘 엔데의 『모모』, 마음챙김에 대하여

네 번째 세션 나 자신을 사랑하기 힘들 때
: 쥘 르나르의 『홍당무』, 애착에 대하여

다섯 번째 세션 힘든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을 때
: 제임스 베리의 『피터 팬』, 직면에 대하여

여섯 번째 세션 실패가 점점 두려워질 때
: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회복탄력성에 대하여

일곱 번째 세션 있는 그대로 인정받고 싶을 때
: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 편견에 대하여

여덟 번째 세션 숨기고 싶은 모습이 있을 때
: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그림자에 대하여

아홉 번째 세션 혼자의 시간을 견디지 못할 때
: 다니엘 디포의 『로빈슨 크루소』, 성찰적 고독에 대하여

열 번째 세션 뭐든 작심삼일로 끝날 때
: 장 지오노의 『나무를 심은 사람』, 평정심에 대하여

열 한 번째 세션 삶의 의미를 잃어버렸을 때
: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 부조리에 대하여

열두 번째 세션 호기심이 서서히 사라질 때
: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호기심에 대하여

열세 번째 세션 작은 일에도 예민해질 때
: 릴케의 『말테의 수기』, 예민함에 대하여

열네 번째 세션 내가 나를 잘 모를 때
: 버지니아 울프의 『올랜도』, 정체성에 대하여

열다섯 번째 세션 나만의 재능을 찾고 싶을 때
: 괴테의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 시대』, 잠재력에 대하여

열여섯 번째 세션 삶의 의욕이 떨어질 때
: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 생의에 대하여

부록 | 상활별 소설 처방 30

책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기가 정 어렵다면, 카뮈처럼 자신이 사랑하는 것들을 쭉 단어로 적어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입니다. 그 단어 속에서 앞으로 나아가 할 지향이나 목표가 살포시 옆모습을 드러낼 때도 있습니다. 카뮈는 죽어갈 우리 모두에게 ‘눈물 나도록 살라(Live to the point of tears)’는 당부를 남기고 떠났습니다. 그 뜻은 우선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라는 의미일 것입니다. 아직 죽지 않았음을 찬미하며, 사랑으로, 선함으로 사람들 속에서 살아달라는 당부입니다. ─ 삶의 감각을 잃어버렸을 때 :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
내면을 탐색하는 일은 그 자체로 두렵습니다. 하지만 모든 두려움이 나쁜 징조는 아닙니다. 그래서 철학자 하이데거는 불안과 공포를 구별합니다. 불안이 존재를 느끼게 하는 에너지라면, 공포는 그저 겁에 질려버려 옴짝달싹 못 하는 상태입니다. 진실한 자기를 만날 때도 불안은 반드시 찾아옵니다. 왜 그럴까요? 지금까지 살아온 자기를 허물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지금껏 살아왔던 모든 방식을 포기하고, 겨우 쌓아놓은 나 자신에 관한 고정관념까지 깨뜨려야 하니까요. 싱클레도 불안한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죠. ─ 숨기고 싶은 모습이 있을 때 :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많은 사람이 쉽게 단정하는 오해가 있습니다. 흔히 홍당무처럼 어릴 때 사랑받지 못한 아이는 자라서도 사랑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는 통계적 진실일 뿐 절대적 진실은 아닙니다. 홍당무가 그런 오해를 멋지게 불식시킵니다. 사랑 없는 시간에 함몰되지 않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생을 꾸려내기 때문입니다. 홍당무는 늘 구박당하지만, 가족의 나쁜 면보다 좋은 면을 보려고 노력하고, 자신도 하루하루 좋은 사람이 되고 있다고 믿습니다. ─ 나 자신을 사랑하기 힘들 때 : 쥘 르나르의 《홍당무》
자아의 성장이란 혼자를 벗어나 상대를 이해하며 세상을 보는 지혜를 얻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커다란 중립을 품고 삶과 사람, 그리고 세상을 관조하는 능력을 기르는 일은, 어찌 보면 선택보다 의무에 가깝습니다. 지금 자신이 부여잡고 있는 자아를 내려놓는 것은 두려운 일이 아니라, 기필코 가야 할 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올랜도는 그 전 과정을 자신의 글 속에 담아냈습니다. ─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를 때 : 버지니아 울프의 《올랜도》
말테가 다가가려 했던 것은 자기 안의 깊은 내면이었습니다. 예민하게 느낄수록 의식도, 또 무의식도 깊어집니다. 말테는 더욱 예민하게 보려고 노력한 덕분에 그럴 수 있었고, 이제는 전과 다르게 자신이 본 것들이 “항상 끝났던 곳에 이제 머물지 않”고, 더 깊은 곳으로 들어설 수 있었습니다. 이렇듯 예민하게 느낀 것들은 나의 그림자에 차곡차곡 쌓이고, 창조적이고 역동적인 내면을 만들어줍니다. 덕분에 말테도 이제 시를 쓸 수 있었고, 비로소 표면적인 사람이 아니라 심층적인 사람이 되었습니다. ─ 작은 일에도 예민해질 때 : 릴케의 《말테의 수기》
누구나 피터처럼 나만의 네버랜드를 꿈꿀 수 있습니다. 자신이 상상하고 있는 것이 진짜가 아니라 가짜라는 사실을 모를 사람도 없습니다. 상상과 직면은 변증법적 관계에 있습니다. 상상하고, 직면하면서 그것이 현실이 되는 성장의 이야기를 빚어내기 때문입니다. 상상은 지친 일상에서 다시 일어나 현실과 직면하고, 꿈꾼 것을 현실로 만드는 과정에 놓인 잠깐의 휴식이자 징검다리입니다. ─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을 때, 제임스 베리의 《피터 팬》
산티아고는 거친 바다에서 다져진 ‘내면의 단단함’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이것은 회복탄력성을 지닌 사람들의 가장 큰 특징입니다. 회복탄력성을 만드는 중요한 세 가지가 있습니다. 좋은 관계, 긍정적 세계관, 그리고 자기신뢰입니다. 이 세 가지가 하나가 통합될 때 회복탄력성을 최고치로 끌어올립니다. 나를 아끼고 믿는 사람을 위해서, 빛나는 생명의 대지를 위해서, 그리고 소중한 나 자신을 위해 다시 일어설 때, 내면의 탄성을 가장 높일 수 있습니다. ─ 실패가 두려워질 때 :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저자 및 역자 소개

박민근(지은이)
문학을 사랑하면서 대학에서 문학을 공부했다. 20대 후반, 깊은 우울증에 시달리며 내면 회복에 몰두했고, 문학을 통한 치유를 탐구했다. 문학을 통해 깊은 상처가 치유되는 기적적인 경험을 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대학에서 문학치료를 가르쳤으며, 사람들과 문학치료를 나누었다. 현재는 상처 깊은 이들을 위한 소설치료에 전념하고 있다. 문학으로 성장하는 내면을 누구나 경험할 수 있도록 정진하고 있다. 현재 박민근독서치료연구소의 소장으로서 철학과 심리학, 문학을 통섭, 융합한 상담에 힘쓰고 있다. 저서로 《마음의 일기》 《살아낸 시간이 살아갈 희망이다》《치유의 독서》《성장의 독서》《나는 내 상처가 제일 아프다》《이기지 못할 상처는 없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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